허진호 영화치고 참 경박하고 만만하다. 난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 사랑과 인생에 대한 묵직한 고찰도 좋지만 이처럼 대책없이 낭만적이고 좀 유치한 연애는 그 나름대로 편안한 재미가 있다. 게다가 장면 하나하나가 어쩜 그렇게 상큼하고 예쁜지! 쓰촨성 지진이라는 소재에 묶여 출발한 영화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중간에 어색한 국면전환이 있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인상에 남는건 역시 싱그럽고 편안한 분위기다.
아X박스나 펀X에 가면 별로 쓸모도 없고 비싸기까지 하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팬시상품들이 잔뜩 있다. <호우시절>은 그런데서 볼 수 있는 물건들 중에서도 꽤 잘 만들어진 팬시상품 같은 영화다. 팬시상품의 다소 공허한 용도를 잘 알고 적당히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거다.
* 이 장면의 조명이 너무너무 좋았다. 스틸에서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는 초라한 골목의 백열등빛인 척을 하면서도, 엄청나게 낭만적인 뽀얀 노란색에 파란빛으로 살짝 포인트까지 준 조명으로 잘도 이쁘게 꾸몄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