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따뚜이>의 주제는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의 구호와 비슷하다. '네가 하고 싶은걸 하라'는 그 희망찬 구호 말이다. 젊은이가 종(種)의 한계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디즈니의 89년작 <인어공주>와 이상하리만치 흡사하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감독 브래드 버드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요리하고 싶어하는 쥐'라는 점을 십분 살려 활기찬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쥐 레미는 '정말로' 요리를 하고 싶어한다. 여기에는 인간처럼 되고 싶다는 신분상승 욕구도 포함되어 있다. 쥐가 인간처럼 요리하고 싶어한다는 설정은 너무나 만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레미의 꿈을 웃기는 설정 정도로 적당히 뭉개는 대신,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영화는 차별과 도전에 대한 사려 깊은 은유로 도약한다. 이야기보다 더 좋은 것은 영화의 개성적인 스펙터클이다. 이 영화의 파리 풍경은 다른 3D 애니메이션의 매끄러운 질감 대신 거칠지만 따뜻한 2D 애니메이션스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다(이 역시도 3D 애니메이션의 발전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꼼꼼하게 재현된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은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속도감을 가진다. 영화에서 액션 시퀀스는 모두 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7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생쥐 구조대>나 드림웍스의 <개미>에서도 잘 활용된 적이 있지만, <라따뚜이>의 액션 시퀀스는 <인크레더블>의 추격전만큼이나 빠르고 복잡하다는게 앞의 영화들과 다르다. 이처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자극적인 액션은 아무래도 브래드 버드가 픽사의 기술력을 제대로 요리한 결과 같다. 브래드 버드는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도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집한다. <아이언 자이언트> 때부터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간결하게 그려져 있으면서도, 풍부한 표정과 정확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라따뚜이>의 인간과 쥐 역시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요소는 정확하게 표현된다. 아마도 가장 신경이 쓰였을 부분은 쥐가 미키 마우스 인형 같지 않으면서도 혐오스럽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었을텐데, 제작진들은 사실적인 쥐의 질감에 인간처럼 풍부한 표정을 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영화의 레미는 진짜 시궁쥐처럼 보이면서도, 인간과 다름없이 근사한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사실적인 쥐의 질감 때문에 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올 때, 비위 상하는건 어쩔 수 없다는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라따뚜이>는 픽사와 브래드 버드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작품이다. 작년 <카>에서 잠시 주춤거렸던 픽사에서는 이제 한숨 돌렸을거다. 한 가지 신경쓰이는 것은 브래드 버드가 완전한 '픽사맨'은 아니라는거다. 앞으로 픽사가 브래드 버드 없는 작품에서도 꾸준히 잘 해나갈 수 있을까? 내년에 나올 <Wall-E>가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두고 봐야할 일이다. * 보고 나면 배고파지는 영화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난 쥐가 만든 음식은 못먹겠다. * 몰랐는데, 크레딧 끝에 조그만 쿠키가 있다고 한다. 레미가 'Produced by Pixar Animation Studios' 글자 위에 놓여있다가 크레딧이 페이드 아웃되면 떨어져서 절뚝이며 걸어 나간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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