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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를 tv로 옮긴다면

전형적인 캐릭터에 통속적인 이야기를 세련되게 풀어낸다. 읽으면서 이걸 tv시리즈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소설에서 시나리오로 포맷만 바꾸면 다른건 손댈 것도 없이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질 것만 같다. 하지만 영화는 안된다. 영화로 옮기기엔 너무 장구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소설은 연속극으로 만들면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다음화로 넘기기에 안성맞춤인 대목이 많다.

소년/청년 훌리안과 다니엘은 같은 배우를 쓰면 좋겠다. 베아와 페넬로페도. 이들은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고 나오는데,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아예 같은 배우를 써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라인 쿠베르는 잘못하면 코미디가 될테니 가능한 소품으로 조명으로 가려주면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만들어야겠지.

미켈과 누리아는 현명해 보이는 노련한 배우를 써야 한다. 훌리안-다니엘, 베아-페넬로페 쪽은 덜익은 맛이 나는 사람들이지만 젠장, 이 사람들은 굉장한 성숙미를 뿜어낸다. 부스스한 머리에 붉은 오후 햇살을 받은 누리아가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장면을 상상하면 내가 다니엘이 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클라라가 등장할 때는 심은하가 결혼식 사진 찍을 때 입었던 중세공주풍 지춘희 드레스(늘씬한 선의 베라 왕 드레스 말고)를 입히고 싶다.

촬영은 책표지처럼 뿌옇게 하되 반지의 제왕처럼 색보정을 넘치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광에서 몽환적인 색을 뽑아낼 수 있으면 그게 제일일 것 같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나 알다야 가의 도서관에는 햇빛에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게 보일거다.

바르셀로나에 가보진 않았지만 유럽의 고색창연함과 가우디의 구부정한 현대성이 뒤섞인 곳일 것 같다. 프로덕션 디자인도 그렇게 약간은 섞인 느낌을 주면 좋겠다.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왔다갔다 할 수 있게.
# by appleby | 2005/10/19 21:44 | 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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