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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아마존에서는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언급하고, 본인 손으로 직접 만들어 경매에 내놓은 문제의 책 <The Tales of Beedle the Bard>를 구입했다. 아마존의 장삿속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 잘된 일이다. 자칫 괴상한 장사꾼 손에 들어갔으면 영영 봉인되었을 뻔한 책을 사람들이 구경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위에 링크한 아마존의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책에 실린 각 동화들에 대한 리뷰와 책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야 별거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굉장히 귀한걸 보는 것 같아서 좋다. 낙찰가 195만 파운드는 물론 롤링이 설립한 자선기금으로 간다. 뮤지컬 한 곡 정도의 동영상과 함께 그 뮤지컬에 엮인 이야기를 하는 뮤지컬 클립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주로 클래식 할리우드 시기의 뮤지컬 영화를 다룰 생각이지만(무엇보다 유튜브 소스 수급의 용이성 때문에), 무대 뮤지컬이나 90년대 이후 할리우드 뮤지컬, 쇼브라더스의 황매극 등도 좋은걸 발견하면 가져와볼랍니다. 그 때 그 때 클립에 따라 노래에 집중할 수도 있고 춤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것도 할거고, 조금 덜 유명한 것도 할겁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조금 덜 유명한거고 거의 노래에 대한 얘기네요. 정해진 업데이트 주기는 없습니다. 내키는대로 합니다.ㅎㅎ ![]() 뮤지컬 클립 시리즈 첫 타자는 어빙 벌린의 'You're Just In Love'입니다. 비틀즈와 록큰롤이 도달하기 전,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미국 대중가요의 산실이었습니다. 이 때 브로드웨이를 위해(브로드웨이를 위해서뿐만은 아니었지만요) 가요를 잔뜩 만들어내던 뉴욕의 음악가들과 음반회사 집단을 틴 팬 앨리라고 부릅니다. 어빙 벌린은 이 틴 팬 앨리 작곡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설령 그의 이름이 낯설더라도 'White Christmas'와 'God Bless America'의 작곡가라 하면 다들 아실겁니다. 아무튼 'You're Just In Love'는 어빙 벌린이 1950년 뮤지컬 <콜 미 마담 Call Me Madam>을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콜 미 마담>은 사교계 명사인 애덤스 부인이 가상의 유럽 국가 리첸버그에 대사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애덤스 부인은 리첸버그에 도착해서 그 나라 외무장관과 사랑에 빠지고, 애덤스 부인의 언론보좌관은 그 나라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하는 뭐 그런 뻔한 얘깁니다. 당시 트루먼 정부의 마셜플랜 등 외교정책을 풍자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사실은 환상의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식 동화의 성격이 더 강하죠. 이 뮤지컬은 당시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 에셀 머먼을 주연으로 기용해 큰 성공을 거두고, 1953년 폭스 사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집니다. 이 클립은 바로 영화 버전 <콜 미 마담>에서 애덤스 부인 역의 에셀 머먼과 언론보좌관 역의 도널드 오코너가 'You're Just In Love'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이 노래가 유명한건 두 개의 독립적인 멜로디가 철저한 대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어보면 아주 감칠맛 나는 것이 재밌죠. 가사는 에셀 머먼이 공주와 사랑에 빠진 도널드 오코너를 상담해주는 내용으로, 두 캐릭터의 상반된 특성이 대위법으로 표현됩니다. 사랑에 빠져 정신이 반쯤 나간 도널드 오코너는 특유의 부드러운 테너로 '아무도 없는데 노랫소리가 들려요, 꽃냄새가 나는데 나무는 헐벗었네요~'하는 전형적인 러브송을 시작합니다. 이게 이 노래의 보조멜로딥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서 에셀 머먼이 그 어마어마한 메조소프라노로 '넌 아픈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것 뿐이야'라고 얘기해주는 명랑쾌활한 주멜로디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절정부에 가면 두 멜로디는 합쳐지면서 아름다운 대위법적 화음을 이룹니다. 무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과시하는걸로 유명했던 에셀 머먼의 캐릭터와 이웃집 소년 같은 편안한 이미지로 알려져있던 도널드 오코너의 캐릭터가 멜로디를 통해 대비되고 조화를 이루며 근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음악으로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뮤지컬의 기본적 특성이 잘 구현된 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은 에셀 머먼이란 배우의 개성입니다. 에셀 머먼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지만, 할리우드에선 별 재미를 못봤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가 스크린이 감당하기엔 너무 에너지 넘치는 배우였기 때문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 클립만 봐도 머먼이 무대에서 발휘했을 엄청난 에너지가 짐작이 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런 감이 없잖아 있지요. 심지어 이 장면을 찍을 때 오코너는 머먼의 그 우렁찬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가 없어서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니 그 파워는 가히 범인의 상상력으로는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돕니다. 그래도 에셀 머먼이 몇 편의 뮤지컬 영화를 찍었다는건 참 다행한 일입니다. 덕분에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이 전설적인 배우의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도널드 오코너에 대해선 다음에 더 많이 얘기해보겠습니다. 클래식 할리우드 시기의 뮤지컬 배우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영상의 모에 포인트는 오코너의 안경이에요.-.-;) 그리고 하나의 클립이 더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위키드>의 스타 크리스틴 체노위트와 <프로듀서스>의 네이선 레인이 CBS의 <Late Show>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여기선 네이선 레인이 주멜로디를, 크리스틴 체노위트가 보조멜로디를 부릅니다. 특히 에셀 머먼을 닮은 파워풀한 페르소나를 가진 레인이 활기찬 주멜로디를 부르는게 무지 잘 어울리지요. 그 때문에 네이선 레인과 마찬가지로 강한 인상을 지닌 크리스틴 체노위트가 부드러운 보조멜로디를 부르는게 약간 손해를 본 듯한 느낌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역시 멋진 공연입니다. 첫번째 클립이랑 비교해 가면서 보는 재미도 만만찮구요. ![]() 한국영화사라는 분야는 워낙 인기도 없고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없어서 변변한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유명한 책이라고 해봐야 유현목의 한국영화발달사 정돈데 그 책이 나온게 1980년, 즉 거의 30년 전이니 한국영화사란 분야가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는 알만하다. 2006년에 영진위 주관으로 나온 <한국영화사: 개화기에서 개화기까지>는 이처럼 한국영화사를 다룬 책이 무지하게 드문 실정에서 알차게 한국영화전사를 정리했다는 점만 해도 상당히 칭찬해줄만 하다. 이 책은 한국영화라면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부분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걸 편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글 없이 짧은 글로만 이어져 있는만큼 호흡이 짧고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역사적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역사의 맥락을 따라잡기에도 좋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참여한 만큼 내용상 중복되는 부분이 꽤 있긴 한데,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그것도 크게 불평할 일은 아니다. 암튼 올 해 들어 산 책 중에서 제일 만족스럽다. 이런 책은 한 번 사두면 어쩐지 배가 부르더라고. 그것도 여기저기서 품절되어가는걸 구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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